"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다니..."
<뷰스칼럼> '99%'와 '1%', 지금 금융패닉 어떻게 보고 있나
"지하실만 있나, 지하 2층, 3층도 있는 것 같아. 도대체 지하 몇층까지 있는 건지 감도 안 잡혀."
20일 주가 1,000선이 다시 붕괴하자, 패닉상태에 빠진 펀드가입자들이 터트린 절망적 탄식이다.
"지하실만 있나, 지하 2층, 3층도 있는 것 같아"
지금 펀드가입자는 최근 많이 줄어들었다 하나, 아직 1천500만명이나 된다. 웬만한 사람들은 최소한 하나씩 갖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듭되는 주가 폭락이 주는 충격은 가히 범국민적이다.
지난 10월29일 300억달러 통화스왑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1250원선까지 급락하자, 정부여당은 파안대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극찬하고, 주류언론은 "만루홈런을 터트렸다"며 강만수 경질론을 일축했다. 당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반년동안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경고했으나 정부여권 누구도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3주후 환율, 주가 모두가 3주전으로 원대복귀했고,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원성이 드높다.
박희태 한나라당대표가 20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언론을 통해서 발표되는 각종 경제거시지표 등이 안 좋은 것만 정말 보도가 크게 된다. 좋지 않게 전망하는 것이 유행처럼 된 것이 국민을 불안케 한다"며 "이것이 경제회복이나 실물 회복에 아주 장애 요인"이라며 언론보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도, 동물적 감각으로 국민원성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때문으로 보인다.
'1%'도 폭발직전
문제는 대다수 국민만 원망을 터트리는가이다. 그렇지 않아 보인다. 세칭 상위 '1%'의 불만도 폭발직전이다.
강남 요충지에서 영업중인 한 시중은행 지점장의 전언.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자산을 가진 VIP고객들을 모시고 며칠 전 접대골프를 쳤다. 골프후 식사를 하는데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강도높은 대정부 비난을 하더라. 이분들은 대선때 제돈까지 써가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다. 내 방에 와서 지점이 구독하던 여러 개 신문중 특정신문을 지적하며 '저런 신문 당장 끊어'라고 호통까지 칠 정도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갖고 있는 주식 반토막 나, 집값 폭락해, 유학비 많이 들어...한마디로 부글부글 끓더라."
상위 '1%'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라는 전언이었다. <중앙일보><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20일 사설을 통해 일제히 이대통령의 시중금리 인하 발언을 질타하며 "이런 정부를 정부라 불러야 하나"라고까지 격분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까 싶다.
여의도 큰손들 이야기
"돈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여의도 금융가의 격언중 하나다. 큰손들은 지금이 돈 벌 때라고 생각하면 일반이 경악할 정도로 공격적 투자를 하고, 때가 아니다 싶으면 누가 뭐라해도 꼼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큰 손들은 지금 휴식중이라 한다. 주가가 웬만큼 떨어져도 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한다.
최근 큰손들과 접촉했다는 한 시중은행 임원은 "언제쯤 다시 장에 들어갈 거냐"고 묻자 그들이 이렇게 답하더라고 전했다.
"건설사들 큰 거 몇개 쓰러지고, 부실 저축은행들도 쓰러지고, 주가도 000~000까지 떨어지고, 그리고 강만수도 잘리면 들어갈 거다."
패닉이 재현된 현재, 시장의 목소리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