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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무차별 외환시장 개입'의 노림수는?

한은 "환율, 세자리 숫자도 가능. 환율밴드 없애겠다"

한국은행이 8일과 9일 '공격적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 외환시장을 거의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한은은 8일 20억달러, 9일에는 3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9일 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환율은 8일 10.20원이 빠진 데 이어 9일에는 27.8원 급락한 1,004.9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998.9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8일과 9일의 외환시장 개입은 '기획재정부 작품'이 아닌 '한국은행 작품'이다.

강만수 경제팀은 지난 2월말 취임후 사실상 한은으로부터 외화 운용권을 빼앗아 갔었다. "법대로 하자"는 거였다. 현행 외화운용법은 외화운용권이 기획재정부에게 있다.그러나 지난 2003~2004년 최중경 국장의 외환 개입으로 3조원대 국고 손실을 입으며 비난 여론이 일자, 그후에는 한은이 운용해왔고 시장친화적 운용으로 2005년 7월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리는 핵심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강만수 장관 취임과 함께 최중경 차관이 컴백하면서 즉각 외환운용권을 재정부가 환수해갔고, 그 결과 9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을 1020원까지 끌어올리면서 이른바 '환율 물가대란'이 발생했다. 그결과 최중경 차관은 옷을 벗었고, 강만수 장관은 유임됐으나 사실상 외화운용권이 한은으로 돌아왔다. 그 첫 작품이 8~9일의 공격적 시장개입에 따른 환율 끌어내리기인 것이다.

한은의 우선적 목표는 '강만수 환율거품' 제거로 보인다. 지난 몇달간 원화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달러에 대해 '나홀로 약세'로 보이며 거품이 잔뜩 끼었다. 일단 이를 거품이전의 정상 수준으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거품을 없앤 뒤 정상적 시장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의 더 큰 목표는 '환율 밴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금 외환시장에선 재정부가 물가폭등 때문에 환율 끌어내리기에 나섰으나 수출기업 사정을 고려해 1020원 이하로는 끌어내리지 않을 것이란 이른바 '1020~1050원 가두리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시장의 '환율 밴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수도, 정반대로 1,100원대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뼈저리게 실감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강만수 경제팀의 속 보이는 '고환율 정책' 때문에 국내외 외환시장 세력은 이미 올해 수익목표를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환율 목표치가 뻔히 보이니,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재미를 본 세력들은 연말 원화 목표를 1,100원, 높게는 1,200원까지 잡아놓고 바람을 잡아왔다. 그 결과 강남주부들까지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는 투기양상까지 목격되기에 이르렀다.

한은은 시장참여자들끼리 서로 다른 판단에 기초해 치열한 게임을 벌이는 게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몇달간 정부의 잘못된 사인이 시장게임 법칙을 파괴시켰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자, 시장 게임법칙의 복원이 한은의 이번 시장개입 목표라는 것이다.

한은의 시장 개입에 1100, 1200원 선에 배팅을 했던 일부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은 한은을 원색적으로 맹비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정부의 기존 정책만 믿고 있다가 큰 손실을 볼 위험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증시도 반발하고 있다. 한은이 원화 환율을 끌어내리는 바람에 외국인들의 주식매도가 강화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그러나 "단기적으로 그런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환율에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원화가 강세를 띠면 환차익을 노려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중단될 것"이라 반박한다.

결론적으로 한은은 이들의 반발에도 당분간 '환율 밴드'라는 시장의 고정관념이 사라질 때까지 공세적 대응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다가 시장게임의 법칙이 복원되면 어느날 조용히 시장에서 빠지겠다는 계산이다. '재정부의 시장개입'과 '한은의 시장개입'간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겠다는 거다.

한은은 2천580억달러의 판돈을 쥔 시장의 큰손이다. 과거 수년간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큰손이다. 과연 그 승부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 지금 세계금융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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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22 25
    안티개입

    기사중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관련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았다는 말인가요?
    기사가 오류아닌가요 기자님?

  • 25 21
    111

    오늘 쏟아부은 달러가 50억달러 이상
    이라고 하네........

  • 21 19
    백호

    한번 맞은 뽕은
    환각 파티가 시작되었네. 설사 해 놓고 또 좋아할거다.
    강만수 주연 환율 삽질이 가장 쉬웠어요. (가제: 거침없이 삽질)

  • 29 24
    asdf

    특종수준의 분석기사
    도움 많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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