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긴급 주가급락 대책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투자가들에게 "적극적 책임"을 강조, 국민연금을 주가 하락 방지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주가 하락 방지수단으로 사용하려 들 경우 과거 증안기금 부실화 사태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마지막 버팀목인 국민연금마저 부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어 치열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김동수 제1차관 내정자와 금융위원회 이창용 부위원장, 한국은행 이승일 부총재는 9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주식시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구체적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김동수 재정부 차관 내정자는 회의결과 브리핑을 통해 노골적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주가 하락 방지 압박을 가해 정부가 생각하는 '구체적 대책'이 국민연금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동수 내정자는 "국민연금 등 대규모 연기금투자자들도 향후 주식시장 투자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으로 있어 잠재적 수요도 견실하다"며 "기관투자가들도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적극적인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이 주식 투자 규모를 늘려 주가하락을 막아달라는 노골적 주문인 셈.

국민연금을 주가하락 방지, 더 나아가선 증시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의지는 노무현 정권때부터 있어왔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서방국가들의 경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계획상 2006년 21조9천억원 수준이던 주식투자 규모를 2007년 38조4천억원 수준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 59조6천억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는 그 규모를 2006년의 4배인 84조2천억원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채권 투자 등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려온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급속히 늘릴 경우 대규모 부실화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경제가 급속히 장기적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빠져들면서 주가가 연일 급락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투자를 늘릴 경우 한국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이 높은 이익을 실현하도록 하는 결과만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마당에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식매입까지 확대할 경우, 외국인들은 이중의 특혜를 누리면서 더욱 한국주식 매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특히 박병원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이 박해춘 국민연금공단이사장과 함께 우리금융지주회장-우리은행장을 함께 해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이심전심'으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어, '환율 개입'과 더불어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 문제는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