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보안수사대장 "원정화 간첩사건은 조작"
원정화 여동생도 "언니가 거짓말", 간첩조작 의혹 확산
공안당국에 따르면, 원정화 사건은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가 총동원돼 3년간 추적끝에 적발한 대형 간첩사건으로, 원씨는 보위부 요원으로 중국에 파견된 뒤 탈북자·남한 사업가 등 100여 명을 체포해 북송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7일 발간된 <신동아> 4월호가 처음으로 원정화 간첩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유우성 간첩증거 조작 사건을 파헤치던 민변은 즉각 ‘신동아 보도에 대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정화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간첩이 맞다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신동아> 최신호(8월호)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까지 원씨를 내사한 소진만(61) 전 경기지방경찰청(경기청) 보안수사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원정화 사건이 조작사건이 주장하고 나섰다. 소씨는 이어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8월1일자)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했다.
그는 원씨 사건을 최초로 내사했던 인물이다. 2007년 초까지 보안수사대장으로 수사팀을 이끌었고, 보안수사 2대장으로 물러난 후에도 수사에 직·간접으로 간여했다.
소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1979년부터 30년 넘게 대공사건만 수사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상한 간첩은 처음 봤다. 원씨는 자기 손으로 e메일도 못 만드는 간첩이었다. 원정화는 특수훈련을 받지도 않았고 남파간첩도 아니다"라면서도 "원씨 사건은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부풀려졌다. 간첩을 잡은 게 아니고 만들었다. 다시는 이런 식의 간첩 사건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간첩수사 때 기본은 ‘육체 검열’이다. (경찰내 나의 정보원인) Y를 통해 (원정화의) 육체 검열을 실시했다. 그러나 훈련을 받은 여자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예를 들어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경우 얼굴은 예쁘지만 송곳 하나 들어가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정화가 중국내 북한사람인 김 선생(북한 단동 무역대표부 김교학)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안당국의 간첩증거 제시에 대해서도 "문어 장사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원씨가 한번은 ‘국정원 요원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달라고 해서 귀찮아 죽겠다. 북한 쪽 루트를 만들어달라고 한다’고 짜증을 내는 메일을 ‘김 선생’에게 보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한번은 원씨가 말을 못하는(농아)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농아 관련 단체를 통해 뭔가 돈벌이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김 선생’은 요청을 받고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답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원정화와 ‘김 선생’과 메일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했냐는 질문에 대해선 “내가 Y를 수사에 투입한 게 2006년 11월경이다. 그런데 Y는 이미 9~10월경 원정화의 부탁을 받고 e메일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원씨가 그 e메일을 통해 ‘김 선생’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김 선생’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원씨는 인터넷도 모르고 e메일도 만들 줄 모르는 희한한 간첩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원정화가 김 선생에게서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간첩행위를 했다는 공안당국 발표에 대해서도 “김교학과 돈 거래가 있었다면 그건 사실 김교학과 문어 장사를 하면서 주고받은 돈이다.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씨가 문어값으로 돈을 보냈다. 내사와 체포가 이뤄질 당시 원씨는 김교학과 문어 장사를 하다가 거의 망한 상태였다"며 "원씨가 김교학과 크든 작든 정보를 주고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원정화는 절대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내려온 간첩이 아니다. 지령을 받고 왔다면 그동안 원씨가 사귄 경찰·군인이 우선 포섭 대상이 됐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정화가 한국인 사업가와 탈북자 등 100여 명을 체포해 북송시켰다고 공안당국이 발표한 데 대해서도 “그게 사실이라면 피해자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피해 사실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고 힐난했다.
그는 원정화 간첩 조작 의혹을 제기한 <신동아> 기사(4월호, 5월호)를 봤냐는 질문에 대해선 “봤다. 내가 그 기사 때문에 협박을 많이 받았다.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압력이었다. ‘인터뷰하지 마라, 죽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원정화 여동생 김희영(가명, 35) 씨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머물 당시 언니와 나는 한때 노래방·다방에서 일했다. 탈북자를 색출해 북송시켰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언니는 탈북한 이후 한 번도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 집안은 출신성분이 좋지 않아 보위부 요원이 나올 수 없다”고 부인하는 등, 원정화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보수언론에서조차 간첩 조작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공안당국의 권위는 땅에 실추한 상황이어서 향후 공안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