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121명 "세월호 보도, 참담하고 부끄럽다"
"실종자 가족 비난한 <뉴스데스크>, 한마디로 보도참사'"
MBC 기자회 소속 30기(1997년 입사) 이하 121명의 기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참담하고 부끄럽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다"며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초 참사 초기에 정부의 갈팡질팡 대응에 분노해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던 실종자 가족들을 외국 사례와 비교해 폄훼하는가 하면, 수색작업중 사망한 민간잠수사가 실종자 가족 등 우리 사회의 조급증 때문에 죽은 게 아니냐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기자들은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다"며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 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자들은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며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며 문제의 리포트를 한 박모 전국부장 등을 질타했다.
기자들은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며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기자들은 또한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다"며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은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며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또한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다"며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데도 일조하고 말았다. 이 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거듭 사죄했다.
기자들은 결론적으로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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