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용석 '아나운서' 발언, 모욕죄 아니다"
파기 환송, "기자 고소는 무고죄 해당"
대법원 3부(김신 대법관)는 27일 대학생 토론 동아리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들을 집단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문제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하기는 했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모욕죄로 처벌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취지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7월 열린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모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뒤풀이 회식을 하면서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한국아나운서협회에 등록된 8개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 295명이 피해자로 간주됐다.
그는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허위 기사를 작성·공표했다'며 무고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2심은 "피고인의 발언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며 모욕 및 무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강 전 의원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발언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의 규모와 조직 체계,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에 비춰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개별 구성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 전 의원이 기자에 대해 고소한 부분은 무고죄가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원심이 모욕 및 무고죄를 함께 판단해 하나의 형량을 정한 점을 들어 일단 원심을 모두 깨고 2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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