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조선일보>에게 넘어갔다"
<집중분석> 채동욱 검찰총장의 "유전자검사 받겠다" 의미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이 장관이던 지난 2009년 한 30대 여성이 친자확인 소송을 냈을 때 끝까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다가 대법원으로부터 혼외자식 확정 판결을 받기에 이른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유전자 검사만 하면, 채 총장과 <조선일보> 중 어느쪽 주장이 맞는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그리고 한쪽은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될 게 분명하다.
채 총장을 불신하는 쪽은 <조선>이 내연녀라고 주장하는 Y씨(54)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검사가 불가능해지니, 채 총장이 시간을 끌면서 사건을 흐지부지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입증 책임은 <조선일보>에 있다"고 반박한다. Y씨로부터 유전자 검사 동의를 얻어내야 할 책임은 <조선>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1면 톱으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당사자인 채 총장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 안했다. 언론중재위에 가면 아무리 확실한 보도라도 당사자에게 확인을 하지 않으면 '언론윤리 위반'으로 최소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 대상이 된다.
Y씨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는지도 아직 미지수다. <조선>은 6일, 7일, 9일 세차례 관련기사를 썼지만 Y씨에게 확인했는지 여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단지 지난 6일 보도에서 Y씨의 휴대전화를 받은 여성이 "나는 (채군) 이모인데, 같이 살았다. 아이 엄마는 8월 중순에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으로 떠났다. 빠른 시일내 귀국할 것"이라며 채군 이모를 자청하는 한 여인의 육성만 전했을 뿐이다.
만약 Y씨가 <조선>에 혼외아들이라고 주장한다면 상황은 더 쉽게 판가름날 것이다. 그러면 Y씨가 아들의 유전자 검사에 즉각 동의할 것이고, 그러면 곧바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결론날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Y씨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조선>은 궁지에 몰릴 것이다. 채 총장은 물론, Y씨한테도 사실 관계 확인없이 혼외아들 기사를 단정적으로 내보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론윤리' 문제는 더 증폭될 것이다.
그럴 경우 <조선>은 "채군이 다닌 서울시내 사립 초등학교 기록에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9일자 보도 내용을 반박 근거로 내세울 개연성이 크다. <조선>은 생활기록부의 경우 본인이나 학부모 동의없이는 볼 수 없다는 현행법을 의식한듯, "이런 사실은 채군 학교의 여러 관계자가 본지에 증언하면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생활기록부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학교의 여러 관계자 증언'만으로 혼외아들이라는 확정적 기사를 내보낸 셈이다.
물론 <조선>은 "채군의 학교 친구들은 본지에 채군이 '아빠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증언했다"며 초등학생들 증언도 보도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의 증언에 기초해 검찰 수장의 혼외아들 보도를 단정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Y씨로부터 유전자 검사 동의를 신속히 얻어내야 할 필요성은 <조선>측에 더 커 보인다. 특히 7일자 보도에서 '검찰 흔들기'라는 채 총장 발언을 맹비난하면서 민형사 소송과 유전자 검사를 압박했던 <조선>이기에 더욱 그러해 보인다.

채 총장과 야권은 이번 파문과 관련, '검찰 흔들기'가 아니냐는 배후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조선>은 Y씨를 설득해서라도 더욱 유전자 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판이다.
특히 야권에선 <조선> 보도 직후인 7일부터 재미언론인 안모씨의 한 사이트에 새로운 내용의 관련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자 기사에는 채군을 데리고 지난달 31일 출국한 재미교포 L모씨가 뉴욕에 거주하는 51세 남성으로 밝혀졌다며 6일 오후(한국시간) L모씨의 자택을 찾아가 자택 사진을 실었다.
그는 또 8일에는 "채 총장이 조만간 자진사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를 둘러싼 혼외아들 의혹은 공직자의 자질과 직결된 중요사안이며 채 총장의 해명이 국민의 납득은 물론, 검찰 내부 설득에도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며 "8일 일요일 밤부터 청와대와 검찰 일부에서 채 총장 자진사퇴설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청와대발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같은 날 별도의 기사를 통해서는 채모군이 다닌 학교는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로 확인됐다며 비록 학교 이름을 이니셜 처리하기는 했지만 도로명까지 상세히 학교를 기록해 어느 학교인지 알 수 있게 밝힌 뒤, 채군이 쓴 학교문집에 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글까지 소개했다. 이 문집에는 채군의 사진까지 실려 있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에서 과연 대다수 국내언론도 모르던 초등학교는 물론 학교문집까지 입수가능한지, 궁금스런 대목이다.
채 총장 혼외아들 보도는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검찰 흔들기' 의혹 등 거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아직껏 자사 보도가 맞다고 말하고 있다. 당연히 언론중재위 정정보도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민형사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총장 관련 사건을 어떻게 검찰에 맡기냐.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시간만 질질 끌면 국민적 의혹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곧바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의혹을 먼저 제기한 <조선>이 Y씨를 설득해서라도 검사를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혹을 먼저 제기한 쪽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공은 이제 <조선>으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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