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녹색성장'! 독일의 <10대 비전>
"엄격한 환경규제만이 녹색 일자리 창출", "탈원전 시대 개막"
녹색성장의 원조는 단연코 독일이다. 독일 환경부는 올 봄에 오는 2020년까지 독일이 추진할 에너지정책 로드맵 <10대 비전>을 발표하며, 그 요지를 환경부 정보지 <umwelt, April 2009>(환경, 2009년 4월호)에 실었다. <10대 비전>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엄격한 환경규제만이 녹색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는 것. 우리나라의 녹색성장과 무엇이 다른가, 깊게 생각하며 일독해볼 일이다. <편집자 주>
[비전1] 에너지의 안정공급
독일에서 소비되는 1차 에너지(동력, 열, 전력에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의 내역을 보면, 81.7%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온실효과 가스를 배출하는 석화연료다. 장기적으로 개도국의 수요확대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만큼 석유연료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은 가격변동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하겠다.
원자력발전용 우라늄의 수입의존도는 더욱 높아 100%.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독일의 국시(國是)다.
에너지 안정공급의 전략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절약 및 기술혁신' 두가지로 요약가능하다.
현재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을 장기보증하는 '고정가격매수제', 즉 재생가능에너지법(EEG)이 효력을 발휘해 풍력, 수력, 태양광, 바이오마스 개발이 착실히 진전중이다.
에너지 절약과 기술혁신과 관련해선, '열전공급 기술개발'과 '건물의 단열개수' '하이테크를 이용한 유연한 고도의 전력공급'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전2] 전력의 3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풍력발전의 잠재력이 커, 북해와 발트해 해안에 많은 거대 풍차를 세우는 '윈드 파크 개발'이 진행중이다.
장차 문제가 될 것은 풍력발전이 주요한 에너지원이 될 때의 안정성이 될 것이다. 풍력발전은 말 그대로 '풍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안불면 전력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바람이 강하면 공급과잉으로 풍차가 멈출 수밖에 없다.
이에 검토되고 있는 것이 500km 떨어진 노르웨이까지 바다로 송전선을 깔아 양수발전소에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대규모 국제프로젝트다. 노르웨이에는 양수발전소에 적합한 지역이 많아 대량으로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수발전소를 세울 경우 환경파괴라는 문제가 뒤따르나, AGEB(AG에너지저장협회)의 시산에 따르면 서유럽 전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수주 사용분을 저장할 수 있다.
풍력과 함께 태양광발전도 날씨에 좌우된다. 따라서 풍력, 바이오마스, 수력을 포함하는 광역의 에너지원을 네트워크화하면 위험을 상당히 경감할 수 있다. 또 정보기술을 활용해 바람이 안불거나 비가 와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가정의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자동으로 정지시켰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자동으로 가동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비전3] 50만명분의 '녹색 일자리' 창출
재생가능 에너지 촉진정책은 환경기술산업을 육성, 독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엄격한 환경규제는 환경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려 환경제품의 경쟁력 강화에도 공헌하고 있다. 엄격한 환경규제는 결코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기보호정책(환경규제 강화)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낳아 50만명분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보호 기술의 시장규모는 지금보다 2조유로가 커질 것이다.
[비전4] 탈(脫)원전 카운트다운
2000년, 독일정부는 원자력발전으로부터의 완전 철수를 결의했다. 독일이 1차 에너지 기준으로 15%, 전력 기준으로 2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꺼번에 원전을 멈출 수는 없다. 운용연수가 지난 원전을 차례로 정지시켜, 2022년께는 '탈원전'을 완료하는 과정을 현재 진행중이며, 이미 3개의 원전을 멈췄다.
대체에너지 확보가 순탄치 않을 경우 운용연수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으나, 늦어도 2030년까지는 모든 원전을 완전히 멈출 계획이다.
그러나 탈원전의 국제적 풍향은 세지 않다. '원전사고의 위험성' '어떤 해법도 보이지 않는 방사능폐기물 처리 문제' '핵확산 리스크' '테러 위협' 등의 이유로 독일정부는 여론의 지지를 얻어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온난화 가스 배출 삭감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세계적으로 원전 부활 움직임이 뚜렷하다. 또한 독일기업들 사이에서 '반(反)탈원전'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작금의 불황속에서도 프랑스기업들은 원전 건설로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탈원전 프로세스가 멈추거나 원전 추진으로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예측가능한 미래에는 없을 것이다. 여론이 그것을 허용치 않고 원전건설과 운용관리를 담당할 인재가 육성되지 않고 있는 지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전 5] 전력의 40%를 고효율 석탄화력발전으로
독일에서는 석탄과 갈탄이 생산되며 앞으로도 에너지 공급의 큰 부분을 담당할 것이다. 독일의 석탄, 갈탄 채굴량은 2억1천만톤(2002년)으로 세계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며, 특히 갈탄의 비중이 크다(석탄 14%, 갈탄 86%). 그러나 갈탄은 석탄에 비해 연료로서의 에너지 효율이 낮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다.
발전효율 향상과 열이용의 촉진이 과제로, 기술혁신과 설비경신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0년 전력공급은 40%가 고효율 석탄화력발전이 될 것이다.
[비전 6] 전력망의 개선, 스마트 그리드
앞의 [비전 2]에서 거론했듯, 재생가능에너지 중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것은 풍력발전이다. 발전의 포인트는 건설 적지(適地)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해, 북해와 발트해 연안에서 대규모 윈드파크 정비를 계속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바로 전력망 정비다. 북해와 발트해에서 생산된 전력을 주요소비지, 예컨대 독일 남부로 탈없이 송전하는 전력망의 정비가 필요하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전력망)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저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로, 미국을 시발점으로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구축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전력공급의 중심에 놓고 정보기술과 최신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사고없이 안전하게 송전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비전 2]에서 소개했던 '바람이 안불어 풍력발전이 멈추고 우천으로 태양광발전이 멈췄을 때 가정의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자동적으로 멈추게 하고 회복이 되면 자동적으로 운전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이밖에 '값싼 대용량의 배터리 보급으로 발전과 소비의 타임시프트(시간제어)를 가능케 하는 것, 예컨대 바람이 강한 시간대의 풍력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것', '초전도기술을 이용해 송전거리에 제약받지 않고 최적지에서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것, 예컨대 북독일에서 생산된 전력을 남독일로 송전 하는 것' 등이다.
이처럼 IT와 첨단기술을 활용해 발전소에서 말단 소비지까지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송전 시스템이 바로 스마트그리드인 것이다.
[비전 7] 에너지절약 플랜
독일 국내의 전체 소비에너지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할에 불과하나, 전력의 온실효과가스 배출 책임은 5할에 달하고 있다. 또 전력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3배에 달하는 화석연료가 소모돼야 하는 등, 전력은 온실효과가스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 온실가스 억제에는 전력소비 삭감이 가장 유효한 대책이나, 실제로 독일에서도 전력소비는 증가 일로에 있어 삭감은 어렵다.
에너지절약의 가장 커다란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산업부문(산업모터 등), 냉장-공기조절기, 민생용 전기제품의 스탠바이 전력, 정보통신기기 등이다. 브스더타르 기상환경에너지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만약 모든 에너지절약대책을 유효하게 활용한다면 연간 1천100억킬로와트의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다. 이는 현재 전력소비량의 20%에 달하며, 연간 100억유로의 전력요금 절약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적 수치일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설정한다.
・2020년까지 독일의 전체 전력소비량을 현재보다 11% 줄인다.
・독일을 세계최첨단 에너지절약국가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에너지절약기술개발에 대한 보조를 늘리고 '에너지절약 가능성'이 가장 큰 민생용 전기제품 에너지절약 대책을 추구한다.
[비전 8] 난방용 화석연료 소비량 삭감과 코제너레이션
한국보다 기후가 추운 독일에서는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난방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오래된 집의 벽과 창을 고쳐 건물의 단열효율을 높이고, 목재 벨렛, 태양에너지 등 재생한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난방에너지의 주류는 천연가스와 석유로, 특히 코제너레이션(열전병합)의 보급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발전효율이 높은 화력발전소가 있다 해도 발전효율은 40%에 불과한만큼 코제너레이션이 가능하다면 60%의 열에너지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소형 코제너레이션(예컨대 각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보일러)도 가능하며, 그 연료를 재생가능 에너지(목재 벨렛, 바이오연료 등)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코제너레이션에 의해 에너지 이용효율이 90%(전력 40%+열 50%)까지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 촉진과 건물의 단열 개보수를 통해 난방용 화석연료 소비량을 25% 줄인다.
・코제너레이션 기술개발, 이용촉진을 통해, 2020년에는 전력소비량의 25%를 코제너레이션화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난방에너지의 주력으로 하기 위해 바이오마스와 태양에너지의 비율을 현재 7%에서 14%로 끌어올린다.
[비전 9] 교통부문의 구조 전환
독일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가스의 약 20%가 교통부문에서 발생한다.
2~3년 전부터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형차와 중형차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마력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낮은가가 구매기준이 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2012년의 신차 환경성 성능목표를 '킬로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그램'으로 잡고 있다. 이것을 2020년까지 킬로당 95그램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아래 자동차메이커에게 기술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에코카를 비롯한 에너지절약기술 개발과, 수상 및 철도이용을 촉진하는 노력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20%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비전 10] 기후변동 억제와 국제협력
국제기구 IPCC 보고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는 최근 100년 사이에 0.74도 높아졌다. 이는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상승 속도로, 주범은 온실효과 가스다.
기후문제는 일국 차원을 넘어서 지구 전체 차원의 문제이며 국제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앞서 개최된 제15회 기후변동협약체결국회의(COP15)에서는 2030년까지의 온실효과 삭감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2020년까지 EU는 1990년에 비해 30%, 독일은 40%를 줄인다.
독일은 2030년에는 1990년보다 50%를 줄일 것이다. 환경정책에 관한 한, 세계 톱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