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산더미 시너통' 알고도 토끼몰이진압
MB정권의 '준법주의' 참극 초래, 경찰 '진압 ABC' 묵살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참사는 경찰이 20일 새벽 특공대와 크레인까지 동원해 강제진압 작전을 펴는 과정에 발생했다. 경찰이 크레인으로 특공대원들이 탄 콘테이너를 끌어올리며 강제진압 작전을 펴자 건물 2~5층에서 철야농성중이던 철거민들은 옥상으로 쫓겨 올라갔다. 이 과정에 한 철거민이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또한 경찰 투입에 맞서 건물 옥상에 비치해놓은 시너 70여통이 경찰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 폭발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명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인화물질 등이 산적해 있는 상화에서 강경한 토끼몰이식 작전이나 포위 공세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자 ABC이다. 경찰은 부산 동의대 사건에서 인화성 물질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고, 96년 한총련 연세대 종합관-과학관 점거 농성 때에는 인화 물질 폭발 우려로 진압 작전을 늦춘 바 있다.
특히 용산 철거민들은 19일 점거농성을 시작하며 경찰측에 건물내에 시너통 등을 준비해 놓은 사실을 통고하며 강제진압시 대형참사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대테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강경진압작전을 전개하다가 철거민들의 대량 사상이라는 최악의 참극을 초래한 것이다.
인화물질이 쌓여있을 때 강제진압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경찰의 상례를 깸으로써 발생한 이번 참사는 이명박 정부의 세칭 '준법주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특히 새해 들어 정부가 준법주의를 강조하면서 연초부터 이같은 초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향후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촛불집회 강제진압 등을 주도하면서 이번에 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2월 인사청문회가 험난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참극이 발생한 용산을 비롯해 한강변 일대에 마천루 아파트단지 등 대대적 재개발 방침을 밝힌 서울시에도 비난이 빗발치는 등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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